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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글배우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를 읽고

올해 초 개인적인 사정으로 내 생의 큰 고난이 찾아왔었다. 나는 막연한 불안, 초조, 두려움에 사로 잡혀있었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들이 모두 사라진 그냥 숨만 쉬는 사람에 불과했다.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밥이 넘어가지도 않았고 덕분에 살은 5kg나 빠졌었다. 이러다간 정말 죽겠다 싶어 부모님을 뵈러 무작정 고향에 내려갔었다. 그때는 부모님의 위로가 가장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엄마를 본 나는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소리 내어 울었다.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을 본 엄마는 속상한 마음에 모두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오라고 하셨다. 그때 내가 든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아 이렇게 계속하다간 내가 좋아하는 일마저 잃을 수 있겠구나....' 그래서 다음에 부모님을 만났을 땐 지금 나의 고난과 역경을 모두 이겨내고 당당하게 일어선 내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많은 것이 바뀌었고 결핍된 나의 모습들을 채우기 위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다.

너무 쉼 없이 달려온 탓일까? 요 근래 '지친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이런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서점을 방문했다. 나는 마음 정화와 위로가 필요할 땐 서점을 가곤 한다. 내 삶이 마냥 즐겁고 행복할 땐  눈길 조차 가지 않던 에세이 장르가 이럴 땐 기다렸다는 듯이 가장 먼저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에세이 장르가 모인 도서 책장으로 발길을 옮겼고 제목에 '지쳤거나'라는 단어가 쓰인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지쳤거나'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이 책이 뭔가 벌써 나를 위로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표지를 꾸며놓은 글배우의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라는 책을 소개해보겠다.

먼저 책을 읽기 전 목차를 훑어봤다. 재밌는 건 대게 보통의 책들은 목차에서 제목의 끝을 통일시키곤 하는데 이 책의 목차는 제목들이 굉장히 자유분방했다. 오히려 그래서 각각의 제목들이 더 뚜렷하게 잘 보였던 것 같다.

'상처가 많은 사람', '힘들 때 떠올리면 좋은 3가지', '마음이 외롭고 공허해지는 순간'. '불안한 이유', '좋은 연애를 위하여', '연인들이 자주 싸우는 이유', '감정이 기복이 심하면', '미워하다 보면', '생각이 많은 당신에게', 나의 상황에 해답을 내어준 제목들이다. 제목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힘듦, 외로움, 공허함, 불안함, 연애, 자존감, 인간관계 등 삶에 있어 문제가 될 만한 소재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 

글을 읽는 내내 나의 코 끝을 찡하게 만든 2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작가인 글배우님의 이야기이다. '8개월 만에 8천만 원을 벌었던 일'이라는 제목으로 의류사업이 망하고 빚만 잔뜩 남아있던 시절 찹쌀떡을 팔아 돈을 벌어보려다 이 또한 망해가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 그는 한 기업 앞에서 회사원들이 자신의 잠재적인 떡 손님이라 생각하며 회사원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절을 하며 회사원들을 응원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기업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절을 하다 8개월째에 그 기업의 CEO가 그에게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을 했고 그는 의류 사업이 다시 하고 싶었기에 그 일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 후 한 달이 흘러 기업에 대량의 떡이 필요하다며 팔천만 원 치 떡을 팔게 되었고 그는 그 많던 빚을 한 번에 갚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중간중간 작가의 간절함이 전해져 내게 많은 여운을 주었다. 그리고 나 또한 이러한 과정에 놓여 있으니 끈기를 가지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자며 나를 다독일 수 있었다. 

언제가 살면서 또 한 번 이렇게 마음이 지치고 막막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을 삶의 지침서처럼 꺼내 읽을 것 같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중에도 삶이 무기력하고 지친다면 꾸밈없고 담담하게 독자를 위로하는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라는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